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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영

Instool : 악기의 도구화

공연 직전 악기의 부속이 떨어진 적이 있다. 그때 나는 공업용 본드로 떨어진 부속을 붙였고 그 때 주위에서 비싼 악기인데 본드 따위로 붙이냐고 되묻고 또 되물었다. 그저 악기는 연주를 위한 도구일 뿐인데, 나의 음악을 표현하는 도구일 뿐인데 신성하게 여겨지는 것에 대해,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음악은 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 이상 신성한 무엇도 아니다.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것이 무대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악기는 그저 도구일 뿐이다. 내려치고 두드리고 긁고 친다. 이런 행위에서 음이 나올 뿐이다. 하지만 이 도구에서 발생하는 음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힘, 울림을 담는 과정을 예술적 표현력이라 할 수 있다. 새롭게 출현하는 중간사이의 음계, 허용되지 않는 잡스러운 소리,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비트와 음계, 매우 낯설지만 나는 거기서 묘한 안도감을 찾고 싶었다. 노동을 하는 것, 음악을 연주하는 것,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움직임을 통해 악기가 되기도 혹은 도구가 되기도 하는 과정을 연출한다.

신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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